저녁을 먹고 집앞 서점에 잠시 들렀다.
아직 보지못한 페이퍼를 그냥 대충 한번 뒤적이고는 서점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구석에서 이책을 발견했다.
잴 아래쪽에 눈에도 뛰지않는 곳에 한권만 덩그러니 있었다.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제목에 먼저 끌리기 시작했다.
포토에세이라는 부분에 또다시 끌리었고...
이책을 사고말았다.
1973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났다. 1997년 계간 『문학동네』에 시 「밀물여인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단 한 번의 사랑』을 펴냈다. 『출판저널』과 『굿데이』 문화부 기자를 거쳐,『프라이데이』를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 여행전문기자로 일하며 국내외를 여행하고 사진을 찍었다. 지금은 시를 쓰고 음악을 들으며 프리랜서 여행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시인 최갑수의 포토 에세이,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25세에 시인으로 문단에 등단한 후, 우연한 기회에 전문가용 카메라를 들고 국내와 국외의 풍경을 담아내는 여행전문기자가 된 저자가, 10여 년 간 바람처럼 낯선 길을 떠돌며 캐낸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을 포토 에세이로 소개하고 있다. 사회에 길들기 위해 정신 없이 달려오느라 청춘의 심장을 혹사시킨 우리에게 제공하는 정거장이다.
이 책은 길 위의 인생을 살고 있는 저자가 삭막하고 일상에 지친 우리를 위한 다정한 위로이자, 수줍은 초대다. 누구나 그러하듯, 그도 이십대와 삼십대의 청춘을 숨가쁘게 달려왔다. 생활을 꾸려가기 위해 시를 향한 꿈과 열정을 마음 속에 묻어둔 채 유예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때 운명처럼 그에게 카메라가 다가와 그를 여행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낯선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풍경들이 그의 마음을 무장해제시켰다.
저자는 10여 년간 찾아헤맨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을 다섯 곳의 정거장으로 나누어 담고 있다. '첫 번째 정거장'에서는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 있는 일탈의 충동을 달래고, '두 번째 정거장'에서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인 고독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 번째 정거장'에서는 우리를 엄습하는 그리움을 불러모았고, '네 번째 정거장'에서는 일상으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다. 마지막으로 '어느 이름 모를 역'에서는 계속될 우리의 삶을 다독인다. 전체컬러.
1... 첫번째 정거장
길 위에서 다른 길을 꿈꾸다
1. 길은 때로 우리를 추억한다
2. 정류장에서의 충고
3. 간결한 인생
4. 구체적인 슬픔
5. Sentimental
6. 그 여자의 얼굴
7. 서울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다
8.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9. 흘러든 여관
10. 신파
11. 이발관에서 한 소절
12. 행복
13. 기차를 기다리며
14. Bravo My Life
2... 두번째 정거장
우리가 외롭고 쓸쓸할 때
1. 여행, 우리를 위로하는 최선의 방법
2. 우리가 떠난다면 아마도 안개 자욱한 가을이리라
3. 영랑생가에서
4. 끝없이 이어지는 산맥과 해안선의 지독한 외로움
5. 오름이라는 곳
6. 나의 오래된 해변
7. LOVE & PEACE
8. 자명한 봄날의 산책
9. 낯선 것들에 대한 고마움
10. 연꽃은 그대 마음에
11. 나의 로시난테, 스푸트니크, 비틀즈
12. 오늘의 선곡
13. 우리가 여행을 떠나야 할 때
14. 소중한 고독
3... 세번째 정거장
사랑, 이토록 아픈 밀착
1. 새들이 내 가슴에 머물다 간 125분의 1초
2. 지문을 남겨봐
3. 통증
4. 빛의 연못
5. 사랑이 지나간 자리는 적막할 것이므로
6. 내 이름은 스미레
7. 궁금한 밤
8. 인연
9. 사랑, 이토록 아픈 밀착
10. 목련
11. 편지
12. 기다림의 자세
13. 한 여자
14. 그리고 한 남자
15. 이런 풍경과 만나면
16. 홀연한 여행
4... 네번째 정거장
여기는 참 낯선 별
1. 진실과 고백
2. 멀리 날아가야지
3. 삶의 부스러기들이 모여 있는 곳
4. 선운사 꽃무릇밭에서
5. 가을, 부석사에서 하는 일
6. 그 시절은 지금쯤
7. 걱정하지 마
8. 나의 골목
9. 여행중독자
10. 여기는 참 낯선 별
11. 2006년 9월 서울
12. 때로 여행은 이런 식으로 이루어지곤 하지
13. 그림자
14. 우리를 지탱하는 것들
15. 꽃과 열매
16. 땅 끝에서
5... 어느 이름 모를 역에서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1. 문신
2. 된장공장에서의 묵언수행
3. 수평선 너머는 바다
4. 서른여섯, 이름 모를 어느 역에서
5. 삶은 계속된다
6. 알고 있나요?
7. 마지막 가을을 위한 레시피
8. 우리가 사랑을 잊기 위한 몇 가지 단계
9. 청소역에서
10. 지구가 멸망하는 날은 월요일이길
11. 가을 구름 한 모금
12. 군산의 철길마을
13. 당신은 왜 여행을 떠나나요?
14. 세상의 모든 정거장
15. 외로운 서커스
16. 슬픈 자세
17. 빈손으로 악수
- 카메라 노트
- 에필로그
그래서 끝으로 갔다.
생이 자꾸만 끝으로만 밀려간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차라리 내가 자진해서 끝가지 가보자고 해서
땅 끝으로 간 것이었다.
땅 끝에서
더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막바지에서
바다를 보았다.
그 바다가 너무 넓어 울었다.
해 지는 바다가 너무 아파서 울었다.
다음날 아침
해 뜨는 바다를 보고
땅 끝에서도 아침 해는 뜨는구나 하며
또 울었다.
그리고 밥을 먹었다.
모래알 같은 밥을 꾸역꾸역 목구멍 속으로 밀어넣었다.
땅 끝에서
등만 돌리니 다시 시작이었다.
- 땅 끝에서 (P. 218~219)
우리 모두는 시궁창에 있지.
그러나 우리 중 몇 사람은 별들을 바라보고 있지.
- 오스카 와일드
지리멸렬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무의 서
시인이자 여행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최갑수의 포토에세이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이 예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스물다섯에 시인으로 데뷔한 후, 전업시인이 될 줄 알았던 순진한 청년은 카메라를 다룰 줄도 모르는 기계치에, 제대로 된 여행을 떠나본 적도 없는 시골토박이였다. 그랬던 그가 우연한 기회에 전문가용 카메라를 들고 국내외의 비경을 취재하는 여행전문기자가 되었다. 10년 동안 바람처럼 꿈결처럼 낯선 길을 떠돌며 그가 채취해 온 것은 일상에서는 발견하지 못할 인생의 소중한 단면들이다. 생의 비의를 한 번에 감싸안는 풍경들, 고독을 더욱 아름답게 벼려주는 오브제들을 카메라로 담아내면서 그의 삶은 오히려 10년 전보다 더욱 시에 가까워졌다. 이 책은 길 위의 인생을 살고 있는 시인이 각박한 삶, 지리멸렬한 일상에 지쳐가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무의 서이자, 낯선 여행길로 이끄는 수줍은 손길이다.
청춘의 뒤안길에서 포착한 삶의 비경, 그 속에서 잊었던 나를 깨우다.
누구나 그러하듯 그 역시 이십대 후반과 삼십대의 청춘을 숨 가쁘게 달려왔다. 그리고 그 질주의 에너지는 순정한 치기와 오기였으니, 뒤통수에 대고 누군가가 발사한 총알도 따돌릴 수 있을 것 같은 배포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저열한 세상을 향해 갑옷처럼 딱딱한 등을 낮추어 포복자세 갖추기를 잊지 않았다. 세상으로부터 아무리 공격당해도 상처받지 않으리라 다짐했으며, 생활을 꾸려가기 위해서 시를 향한 열정과 꿈은 가슴 한켠에 잠시 접어둔 채 유예된 시간들을 보내기로 했다. 그러나 다행히 그의 곁으로 운명처럼 카메라가 다가왔다. 또한 업으로 삼은 여행의 길들이 펼쳐졌다. 그때부터 시를 쓰지 못하는 대신에 찍어야 했던 사진이 오히려 시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고, 낯선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풍광들이 얼어붙었던 그의 마음을 무장해제했다. 치열한 생존의 현장과 홀연한 여행의 길을 넘나들며 시간은 울둘목의 세찬 물살처럼 빠르게 흘러갔다.
신비로운 뷰파인더 속의 세상을 길어 올리며 어느덧 삼십대의 중반을 넘어선 그가 문득 고개를 들어 돌아보니 삶은 예전의 시끌벅적하고 악다구니 같은 전장만은 아니었다. 외로운 나비의 날갯짓처럼, 광활한 폐사지의 무너진 석탑처럼 우리네 삶은 그토록 적막하고 쓸쓸할 수가 없었다. 오랜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 낡은 사진첩을 들추고 흘러간 유행가를 들으며, 떠나간 옛사랑의 기억을 더듬어보듯이 때로 인생은 간결한 그 무엇, 추억과 슬픔의 입자로 이루어진 피사체와도 같았다. 그리고 매일같이 귀를 따갑게 울리는 현실의 자명종이 깨우지 못한 것은 온전한 나를 위한 시간, 내가 스스로를 깊이 바라볼 시간이었다. 이 책에는 우리가 세파라고 지칭하는 그 모든 것들의 틈바구니에서 포착해 낸 삶의 비경과, 그 사이로 잠시 잊고 있었던 추억과 꿈을 반추하는 글들이 담담하게 흐르고 있다. 10여 년간 그가 찾아 헤매던 아름다운 찰나의 순간들, 고독의 절정, 빛과 그림자 속에 스며 있던 시어들이 드디어 몸체를 갖게 되는 순간인 것이다.
센티멘털은 외롭고 고단하고 쓸쓸한 내가 나에게 보내는 SOS!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센티멘털리즘, 그리고 나만의 망명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
이 책의 부제는 ‘센티멘털 트래블’이다. 이성보다는 감성, 현실보다는 낭만, 기쁨보다는 멜랑콜리한 감수성이 손짓하는 곳을 따라 떠나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재테크와 자기계발로 대변되는 치밀한 계산과 냉정한 현실 인식을 요구받는 이 시대에 센티멘털리즘은 촌스럽고 구식이고, 무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추천사를 쓴 이문재 시인의 표현을 빌자면, “센티멘털은 외롭고 고단하고 쓸쓸한 내가 나에게 보내는 SOS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진지하게 세상을 대면해왔고, 너무 열정적으로 일했고, 혹독하게 자신을 단련시켰다.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언제나 위태로운 자세를 취해왔다. 이제는 잠시라도 나를 위한 시간이, 나의 지친 육신을 풀어놓을 자리가 필요하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의 틈바구니에서 저마다의 가슴속에 만들어놓은 망명지로의 탈출이 소중해지는 순간인 것이다. 그래서 센티멘털과 여행의 만남은 필연이 되고, 그동안 나를 옥죄었던 심리적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세련된 개인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다.
인생은 아름답다고 살아볼 만하다고,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해야 한다는 예의 바른 구호가 때로는 지겹고 허황하게 들릴 때가 있다. 가끔씩은 즉흥적이고 본능적인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온전한 나를 찾기 위해서라면, 긍정적이고 에너제틱한 삶의 자세를 회복하고 싶다면, 현실계의 시간을 낭비하고서라도 과감히 센티멘털리즘을 찾아 떠나봄직하다. 이제 낭만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최갑수 시인의 사진과 글은 낭만의 속살을 지녔으되 생의 끝까지 부단히 달리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그의 센티멘털은 단단하고 야무지다.
내일의 기차를 타기 위한 정거장에서의 휴식 같은 책
여행자에게 정거장은 기다림의 장소이자, 출발의 고삐를 움켜쥐는 장소이다. 직업의 특성상 삶의 대부분을 정거장에서 보내야 했던 작가에게 정거장은 특별한 곳이다. 그는 정거장에서 책을 읽고, 밥을 먹고, 희비애락의 순간을 경험했으며, 정거장에서 지친 몸을 뉘였다. 그래서 이 책의 기본 틀은 정거장이다. 여행자가 정거장에서 잠시 숨을 고르듯, 이 책은 정신없이 사회에 길들기 위해 달려오느라 청춘의 심장을 혹사시킨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정거장이다.
이 책은 크게 다섯 개의 정거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진과 글에 있어 커다란 변별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어느 페이지를 먼저 읽어도 상관없다. 첫번째 정거장은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 있는 허무와 일탈의 충동을 담아냈다. 지금의 길 위에서 다른 길을 꿈꾸듯, 여행의 기억으로 일상을 버티는 우리의 간절한 모습을 읽을 수 있다. 두번째 정거장은 고독을 이야기한다. 홀로 떠나는 여행만이 자신을 위로할 수 있다는 충고, 외로움을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 고독의 본질을 머금은 사진들의 향기가 아찔하다. 세번째 정거장에서는 시간의 저쪽에 매복하고 있다가 갑자기 엄습하는 그리움들을 불러모았다. 두려움과 서성임으로 시작하곤 했던 사랑의 떨림과 이별 후에 남는 통증, 하지만 시간이 흘러 지울 수 없는 문신으로 남은 순간들이 아득하다. 네 번째 정거장은 일상으로의 회귀다. 여행에서 돌아와 느끼는 현실의 이질감과 당혹스러움이 서글프지만, 여행은 내 안에 열매를 맺고 내 안의 나를 돌아볼 소중한 기억을 아로새겼다. 그리고 이제 어느 이름 모를 역 앞에 우리는 서 있다. 삶은 계속될 것이므로, 기차가 우리를 태우고 떠나듯 언젠가 구원받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내 안의 승차권을 꼭 쥐고 다음 열차를 기다려야 한다. 다음의 종착역을 위해 정거장에서 지친 몸을 뉘이듯, 독자들은 최갑수 시인의 서정적인 사진에 마음을 기댄 채, 농밀한 감성이 살아 숨 쉬는 문장 속에서 휴식 같은 여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인생은 끝까지 가려는 의지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